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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보감

항산화 작용을 가진 역사적인 생선, 청어

by 원룸에 놀러와 주인장 2022.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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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가 맛있게 구워져 있다.
청어 구이

청어
항산화 작용을 가진 역사적인 생선


수년 전부터 다시 청어가 많이 잡히고 있다니 자주 먹을 수도 있을 겁니다. 특히 예로부터 “맛 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로는 명태"라는 말이 있듯이 청어는 맛이 좋습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팔도 연안에서 잡힌다고 했으니 그야말로 전국구 생선이었는데, 값도 싸기에 가난한 사람들도 즐겨 먹었습니다. 그만큼 청어는 예전에는 흔하디흔한 생선이었던 것이지요.

청어가 어느 정도 많이 잡혔기에 흔하디흔한 생선이었을까?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있지요. 흔한 것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인데, 옛날에는 어느 정도 사실이었던 모양입니다.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는 청어가 정월이면 알을 낳기 위해 오는데, 수억 마리가 바다를 덮을 지경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대 해양 어류학의 태두로 불리는 정문기 박사는 1939년에 발간된 신문에서 "1900년 무렵에만 해도 부산항 내해에는 배가 다니기 불편할 정도로 청어가 많았다는 전설이 있다"고 했습니다. 청어 떼가 몰려 다녀 배가 다니기 힘들 정도였다니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많이 잡히던 청어가 1960년대 초반 이후 사라졌다가 2010년대에 들어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청어는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변덕스러운 생선일까?
청어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대규모로 무리를 지어 몰려왔다가 일순간 사라지기를 반복한다고 합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도 그랬고, 유럽에서도 청어가 여기저기 떼로 나타나 주변 국가를 부유하게 했습니다. 12세기에는 발트 해에서 청어가 엄청나게 잡히는 바람에 중세 최고의 상인 연합인 한자동맹이 돈과 권력을 얻었고, 14~15세기에는 네덜란드가 청어를 잡아 막대한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청어라는 이름은 색이 푸르다고 해서 붙었을까?
한자로 비어(魚)라고 하는데, 옛 문헌에서는 비유어(魚)라고 했습니다. 살찔 비(肥), 선비 유(儒)를 써서 선비를 살찌우는 생선이라는 뜻인데, 값이 싸고 흔하지만 영양이 풍부한 등푸른 생선이기 때문에 가난한 선비가 쉽게 영양 보충을 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순수 우리말로는 비웃이라고 하는데, 청어와 비웃은 빛깔이 푸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비웃의 이두식 표현이 비유이므로 선비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지요. 우리말에 "비웃 두름 엮듯 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죄인들을 오랏줄에 묶어 줄줄이 감옥에 끌고 갈 때 쓰는 말입니다. 비웃이 바로 청어이고, 두름은 조기나 청어를 10마리씩 2줄로 묶어 20마리를 엮은 것을 뜻합니다. 청어가 무척이나 흔했기 때문에 생긴 말이랍니다.

청어는 워낙 흔해서 별로 귀한 대접을 받지 못했을까?
옛날에는 청어를 놓고 새해 소망을 빌기도 했으니 귀한 생선이었지요. 청어천신(靑魚)이라고 하는데, 천신은 제철에 새로 난 과실이나 농수산물을 조상에게 먼저 바치는 의례로서 조상 숭배의 하나로, 주로 궁중과 사대부 집안에서 행한 풍속입니다. 그러니 동짓날이면 종묘나 사당에 청어를 올리는 청어천신은 등 푸른 생선인 청어처럼 푸른 마음으로 한 해를 새롭게 출발하고자 하는 소망이 담긴 풍습이지요.
겨울이 시작되면서 영일만에서 청어가 처음 잡히면 임금님께 진상했고, 종묘에 천신한 뒤에 임금이 맛을 보고는 신하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청어천신은 흔히 동짓날에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2월 또는 1월에도 했습니다. 요동 지역 사람들은 청어를 새로 생긴 물고기라 하여 신어(新魚)라고도 했답니다.

청어는 가시가 많아서 먹기에 불편한데, 도대체 얼마나 많을까?
정약전 선생이 지은 <자산어보>에 흑산도 사람 장창대의 말을 인용하여 영남산 청어는 척추골이 74개이고 호남산은 53개라고 하였습니다. 척추골 수가 이와 같이 차이가 났다면 서해산청어는 동해산 청어와는 상당히 달랐겠지요. 일제 때 한 전문가가 동해산 청어의 척추골 수를 조사한 일이 있는데 그 결과를 보면 평균 53.85개라고 합니다.
그리고 1976년 11월에 흑산도 근해에서 잡힌 청어의 척추골 수를 조사한 것에 의하면 52개였다고 합니다. 200년 전에 정약전 선생을 도왔던 흑산도 총각 장창대가 말한 것과 거의 같지요. 그 당시에도 매우 깊은 관찰을 통해 책을 썼던 것 같습니다.

동해산과 서해산이 다른 청어
광해군 때에 허균 선생이 지은 《성소부부고(惺所覆頡葉)》에 의하면 "청어는 4종이 있다. 북도산은 크고 속이 희다. 경상도산은 껍질은 검고 속은 붉다. 전라도산은 조금 작으며 해주에서 잡은 것은 2월에 맛이 극히 좋다고 하여 산지에 따라 청어가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성호사설(星湖僿說)》에는 청어가 추운 겨울이면 경상도에서 생산되고 봄이 되면 차츰 전라도와 충청도로 옮겨 갔다가 봄과 여름 사이에는 황해도에서 잡혔다고 되어 있습니다. 동지 전에 경상도 지역에 나타났다가 남해를 지나 서쪽으로, 다시 북쪽으로 이동하여 음력 3월에는 황해도에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황해에서 잡힌 청어는 남해의 청어에 비해 곱절이나 크다고 합니다.
청어가 귀중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요긴하게 쓰였던 경우가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거느리는 수군이 청어를 많이 잡아 군량미와 바꾸었던 것으로 추측되는 구절이 《난중일기》에 나옵니다. 전쟁에 몰두해야 할 군인들이 양식을 구하기 위해 나서야 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운데, 그런 여건에서도 왜군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 함대의 전공이 위대해 보입니다.

청어는 한의학적으로 어떤 효능이 있을까?
중간 성질로서 주로 비장과 신장에 작용합니다. 비장을 건실하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해독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청어 알은 따뜻한 성질로서 폐와 신장 경락에 들어가 신장을 보충하고 천식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청어도 고등어와 꽁치와 마찬가지로 오메가3가 함유되어 있을까?
지방이 12.6%로 물고기 중에선 매우 기름진 편인데, 대부분이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3 지방산입니다. EPA와 DHA가 들어 있어 동맥경화와 혈전을 막아 중풍심장병 등을 예방하고 두뇌 발달과 기억력 증진에 좋으며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암 발생을 억제해주는 효과도 있는데, 예전에 노르웨이에서는 100만t이 넘던 청어 어획량이 4,000t으로 확 줄어들자 유방암과 결장암 발생률이 2배로 증가되었다는 얘기가 있지요.

청어도 고등어와 꽁치처럼 항산화 작용이 있을까?
고등어 꽁치와 마찬가지로 핵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항산화 작용으로 각종 효과를 나타냅니다. 또 항산화 작용이 강한 비타민 E가 들어 있고, 생선 중에 정어리 다음으로 셀레늄이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셀레늄은 비타민 D·E와 같은 효능을 갖고 있는 미네랄로서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가지고 있어 노화를 억제하여 젊음을 유지하게 하며 성기능에도 좋습니다.
그리고 소화·흡수가 잘되는 양질의 단백질 함량이 많은 데다 류신, 라이신,이소류신(isoleucine)·메티오닌·페닐알라닌·트레오닌 등의 필수 아미노산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중 메티오닌은 간장의 해독제입니다.

영양식으로 먹기도 한 청어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므로 병후 회복기에 있는 환자나 쇠약한 사람들에게 좋은 보양식이어서 옛날부터 청어죽이 보신제로 추천되어왔지요. 식욕을 늘려주고, 다리가 무겁고 아픈 경우에도 좋습니다. 또 임산부가 청어를 먹으면 젖도 잘 나고 건강에도 좋다고 합니다. 비타민 A·B1·B2·B6. 니아신 등이 함유되어 있고, 간에는 비타민 B12가 들어 있는데 생선 중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어 빈혈이 있는 사람에게 좋습니다. 그 밖에도 칼슘·철·인·아연 등의 미네랄이 들어 있습니다.

청어는 가시도 많지만 알도 많은데, 알도 몸에 좋을까?
산란기에 약 8만 개의 알을 낳는 엄청난 생식 능력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영남 지역과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정초에 많은 자손을 얻겠다는 의미로 청어 알을 먹는 풍습이 생겼다고 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청어알절임을 '노란 다이아몬드'라고 부르며 설날에 손님에게 낼 정도로 귀하게 여겼습니다.
실제로 청어 알은 살보다 영양가가 훨씬 풍부합니다. 단백질 함유량이 10~20% 더 많고 지질에도 레시틴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레시틴은 콩에 많이 들어 있는데, 세포막의 주된 구성물질로서 생명의 기초대사에 관여하고 두뇌 활동을 도와주며 지방의 연소를 돕고 노화 예방에 도움을 줍니다. 또 비타민 B1·B2·E가 매우 많이 들어 있지요.
청어 알은 맛도 좋아서 감칠맛이 난다고 하는데 철갑상어 알(캐비어)·연어 알 숭어 알·민어 알과 함께 5가지 알의 하나로 꼽힙니다. 청어알초밥도 맛있지요. 그리고 청어 수놈의 정액은 그 방출량이 엄청나 바다를 우유같이 희게 한다고 해서 정력절륜의 생선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정어리도 청어랑 비슷한 효능이 있을까?
정어리는 청어과와 속하므로 청어와 생김새가 비슷합니다. 역시 오메가3 지방산이 들어 있어 성인병과 치매 예방에 좋은데, 특히 EPA 함량은 등 푸른 생선 중에서 최고라고 합니다.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도 많이 들어 있고, 핵산도 많습니다. 그리고 비타민 A·B2·B6·B12·E·니아신에다 엽산·칼륨·칼슘·인·철·아연 등의 미네랄도 들어 있지요. 열량은 171kcal로 고등어나 꽁치보다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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