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
기력과 정력을 돕는 고단백.고지방·고열량 생선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살이 빠지고 피로가 쌓여 맥이 풀려버린 듯한 아들이 휴가로 시골집에 내려왔을 때 어머니께서 원기 회복을 위해 해주시는 음식이 자연산 민물 장어탕이지요. 일본에서는 여름 감기에 걸렸을 때 장어탕을 먹어서 효과를 본다고 합니다.
장어가 정말로 정력에 효과가 있을까?
단맛에 중간 성질로서 어(魚) 또는 만리어(魚)라고 하는데 보정제로서 효능이 뛰어납니다. 기력·정력을 돕는데, 수척하고 허약한 사람에게 특히 좋습니다. 신장에 작용하여 기운을 도우므로 성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고 양기를 올려주는 효능도 있습니다.
장어는 고단백·고지방·고열량이므로 스태미나 식품으로 손색이 없는 데다 성호르몬의 원료가 되는 콜레스테롤 함량도 높습니다. 또한 칼슘·마그네슘·인·철·칼륨 등의 미네랄 성분도 많아 피로 회복과 생리 작용 활성화에 도움이 됩니다. 비타민 A가 상당히 많이 들어 있고 비타민 B·D·E도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장어는 폐결핵에 좋을까?
폐가 허약하여 기침을 하는 경우에 좋으며, 폐결핵의 치료에도 효과적입니다. 폐결핵은 한방에서 노채(膀療)·폐로(肺癌)·전시로(徳尸) 등으로 불리지요. 폐결핵에 걸리면 몸이 마르고 피곤하며 오후만 되면 열이 조수(潮水)처럼 올랐다가 내려가고 잠잘 때 식은땀이 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는 한의학에서 음기가 허약하여 열이 오르고 몸이 수척해지는 음허화동증(陰虛火動證)에 속하는데, 장어가 적합합니다.
또한 몸속 깊이 열이 있고 잠잘 때 식은땀이 나며 몸이 건조해지는 병을 골증(骨)이라 하는데, 역시 장어가 좋습니다. 그리고 풍과 습기로 인해 팔다리가 저리고 아픈 경우나 근육과 뼈가 약한 경우에 좋으며 다리가 붓는 병을 치료합니다. 그 밖에 치질,치루에 좋으며 살충 효능도 있습니다.
장어와 잘 맞는 음식과 맞지 않는 음식은?
파·생강·부추·마늘과 함께 먹으면 신장을 보강하고 허약을 보충하는 효과를 크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은행과 함께 먹으면 풍을 일으키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장어를 먹을 때 주의할 점은?
약간 찬 성질이므로 비위장이 허약하여 설사하는 사람과 가래가 많은 사람은 주의해야 하며, 임신 중에도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병후 회복기 환자와 사춘기의 학생은 많이 먹을 경우 성욕을 발동시킬 수 있으므로 적게 먹는 것이 좋겠습니다.
문어
혈을 보양하고 원기를 돕는 양반 물고기
안동ㆍ영주를 비롯한 경상도 내륙지방에서 제사상 잔칫상이나 손님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음식으로 문어(魚)가 있습니다. 지난 1999년 엘리자베스 1세 영국 여왕이 방한했을 때 여왕의 생일상에도 문어오림이 올랐습니다. 실제로 안동에서는 문어의 소비량이 전국적으로 손에 꼽힐 만큼 많다고 하는데, 옛날에는 동해안에서 삶거나 쪄서 내륙지방인 안동까지 왔다고 합니다.
문어를 양반 물고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안동ㆍ영주 등 양반 문화가 꽃을 피운 지역에서 문어를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근거가 있는 얘기입니다. 우선 선비들이 해산물 중에서도 문어를 으뜸으로 여긴 것은 몸속에 먹물이 들어 있어 글을 읽고 쓰는 선비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양반들은 '글을 아는 물고기'라는 의미로 글월 문 자를 써서 문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며 특별히 가깝게 두고 먹었다는 것이지요.
문어를 좋아한 영남의 양반들은 문어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던 모양인지, 관혼상제에 문어를 빼놓지 않는 이유에도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문어 다리가 8개로 팔족(足)이니 일가친척을 망라하는 팔족(族)과 발음이 같아 친족 간의 혈통을 상징하기에 일가친척이 모두 모이는 관혼상제 차림상에 문어가 빠지면 잔칫상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한편, 문어와 같은 해산물이지만 선비들이 과거 볼 때 먹지 않는 음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우선 게(蟹)는 풀 해 자가 들어 있으므로 해산이란 것을 꺼렸기 때문이고, 낙지는 한자음이 낙제(落路)로서 낙제(落)와 같아 싫어했기 때문이랍니다.
선비들이 특히 좋아한 문어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중국에서는 문어를 장어(魚)라고 합니다. 글 장 자이니 역시 뜻은 우리와 마찬가지지요. 그러고 보면 참 흥미롭게도 문어는 글줄깨나 읽는 선비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데, 실제로 머리가 매우 좋습니다.
문어를 비롯해서 낙지·주꾸미·오징어·꼴뚜기 등을 포함하는 두족류는 머리에 다리가 붙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지능과 시력이 뛰어나고 신비로운 면도 많습니다. 두족류 중에서도 문어는 머리가 좋기로 유명하며, 강아지 정도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족관의 문어는 빨리 사육사의 얼굴을 익히며, 심지어 고등동물의 특징인 장난을 치기도 한답니다. 척추동물에서는 인간, 무척추동물에서는 문어가 가장 지능이 높다고 평가되고 있기에 SF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이 대부분 문어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문어는 정말 똑똑한 동물일까?
문어가 똑똑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08년의 유럽축구대회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독일 국가대표팀의 승패 여부를 점쳐서 8전 8승으로 맞춰 유명해진 큰 문어가 있었지요.
파울(Paul)이라는 문어인데, 점쟁이 문어·족집게 문어 등의 별명을 얻었습니다. 점을 치는 방법은 수족관에 홍합을 넣어둔 투명한 상자를 2개 넣어두고 시합을 앞둔 두 나라의 국기를 각각 그려놓고는, 그중에서 파울이 먹는 쪽이 승리한다고 보는 것이었지요. 파울은 곧바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1시간 이상 걸려서 선택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파울의 예언 적중률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으며, 예언하는 과정은 독일·스페인 등 방송사에서 생중계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파울이 족집게처럼 정확하게 맞춘 것을 두고 정말 똑똑해서 그렇다는 주장이 제기된 반면, 자주 보았던 독일 국기에 적응되었을 가능성, 수족관 측이 독일 국기를 선택하도록 훈련시켰을 가능성 등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문어의 시력이 흑백만을 감지할 수 있다는 점과 가로선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는 점 등을 들며 독일과 스페인의 국기를 선택했을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답니다. 파울은 독일 오버하우젠의 해양생물박물관 수족관에서 살았으며 2010년 10월 26일에 자연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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