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방보감

조헌 선생이 끓여 먹었던 양탕과 소고기의 효능

by 원룸에 놀러와 주인장 2022. 9. 11.
반응형

소고기
비ㆍ위장을 보하고 기와 혈을 돕는 최고의 보양식

양탕이 뚝배기에 들어있다.
양탕


육식 중에서도 유독 소고기만 고집해서 먹는 사람이 있지요. 하지만 고기마다 특성이 있으므로 어느 고기가 자신에게 맞는지 알고 먹는 것이 좋겠습니다.

소고기의 효능은?
중간 내지 약간 따뜻한 성질로서 비위장을 보강하고 기와 혈을 도와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ㆍ위장이 허약하고 몸이 쇠약하여 기운이 없고 야위거나 몸이 잘 붓고 갈증이 있는 사람에게 좋습니다. 어느 한의서에서는 소고기의 기를 보강하는 힘이 한약재 중에 보기제의 대표인 황기와 맞먹는다고 표현하기도 했지요. 또한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있으므로 허약하여 근골이 건실하지 못하고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고 약하며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경우에도 도움이 됩니다.

몸보신에 효과 있는 설렁탕
우리나라에서 탕 음식이 발달한 이유가 워낙 고기가 귀했기에 많은 사람이 나누어 먹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어쨌든 비ㆍ위장이 허약하여 소화가 잘되지 않는 사람은 탕국을 먹는 것이 소화·흡수가 잘되어 효과적으로 몸을 보충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병후 회복자나 노약자의 경우에 설렁탕은 보양식이 됩니다. 한의학에서 음식물 가운데 건더기는 음기를 돕고 물기는 양기를 돕는 것이므로, 탕국은 주로 양기를 많이 도와준다고 할 수 있지요.

양곰탕의 재료인 '양'은 소의 어느 부위일까?
양(廳)은 양고기가 아니라 소의 위장으로서 요즘은 꽤 비싼 식재료지요. 소는 위장이 4개로 구성되어 있어 먹은 것을 차례로 옮겨 가며 되새김질을 하는데, 그중에서 첫째·둘째 위장이 바로 양입니다.
첫 번째 위장의 맨 위쪽 두툼한 부위를 양깃머리라고 하는데, 소 한 마리를 잡아도 기껏 수백g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 가장 귀한 부위지요. 냄새가 나지 않고 부드러워 구이로 많이 먹습니다. 양깃머리 아래에 붙은 얇은 부위는 보통 양곰탕 재료로 사용됩니다.
두 번째 위는 벌집 모양처럼 주름이 있어 벌집양이라고 부릅니다. 뒤집어놓으면 마치 검은 수건처럼 생겼지만 먹어보면 맛이 좋기에 이탈리아·중국 등지에서도 요리 재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육질이 매우 질기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시간 가열해서 양곰탕으로 먹고 있지요.
세 번째 위가 천엽, 네 번째 위가 막창 또는 홍창입니다. 위장과 연결된 작은창자는 곱창이고, 그다음에 있는 큰창자는 대창이지요.

소의 위장인 양이 보양식이 되는 이유는?
동물은 부위에 따라 사람의 같은 부위에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이류보류(以類補類)라고 합니다. 동물의 간이나 쓸개가 간장이나 담낭 질환의 치료에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요. 세종대왕이 수탉의 고환을 먹은 것이나 연산군이 백마의 음경을 먹은 것은 동물의 생식기가 성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닭의 모이주머니는 닭이 먹어치우는 모이를 무엇이든 삭여내기에 소화를 잘되게 하는 효능이 큽니다.
육류 중에서 소고기는 비위장을 보하는 효능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양은 더욱 강합니다. 그래서 비ㆍ위장이 제 기능을 잃어 소화가 잘되지 않고 속이 더부룩하거나 체하여 식적(食積), 즉 음식을 먹은 것이 내려가지 않고 응어리가 맺혀 있는 것을 치료합니다. 그러므로 체질적으로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병을 오래 앓은 뒤에 비위장이 허약해지고 소화력이 약해진 사람의 체력 보강에 아주 좋습니다. 양곰탕을 끓일 때 생강과 진피(陳皮: 귤껍질)·사인 한방소화제)을 함께 넣으면 더욱 좋습니다.

면역 기능을 높이는 양
한의학에서 면역 기능과 관계있는 장기는 신비·폐입니다. 사실 면역 기능이든 조혈 기능이든 배설 기능이든 뭐든지 영양이 공급되어야 가능한 일인데, 소화·흡수를 담당하는 비위장의 기가 허약해지면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흡수되지 못해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없으니 힘을 쓸 수 없지요.
실제로 비ㆍ위장이 허약해지면 기와 혈이 생성되지 못해 원기가 생겨나지 못하여 장부와 조직의 기능이 손상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화되므로 밖으로부터 질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이 들어와 병이 생겨나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비ㆍ위장도 면역 기능에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지요. 그러므로 사람의 비위장에 해당하는 양이 면역력을 높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양에 함유된 영양 성분은?
살코기에 비해 연하고 부드러우며 고소한 맛이 나는 데다 비타민 B2와 철분이 풍부하고 좋은 단백질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구이로 먹거나 곰탕으로 끓여 먹는데,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적고 다이어트에 좋은 섬유질도 많아 체중이 늘어날 우려도 없습니다. 양은 두껍고 클수록 맛있다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곡물이 아닌 풀을 먹고 자란 소가 좋다고 합니다. 풀을 먹으면서 되새김질을 많이 해야 위장이 두꺼워지기 때문이지요.

조헌 선생 집안에 내려오는 양탕
율곡의 수제자였던 조헌 선생은 율곡이 세상을 떠나자 관직에서 물러나 옥천군 안읍 밤티의 궁벽한 산골로 들어가 후율정사(後舍)를 짓고 제자 양성과 학문에 정진했습니다. 학문에만 몰두하는 제자들의 건강을 염려하여 보양식을 먹이려고 했는데, 여유가 없다 보니 좋은 식재료를 사용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푸줏간에서 당시에는 별로 먹지 않던 소의 위장을 싸게 사
서 끓여 먹였던 겁니다. 그것이 양탕인데, 요즘의 양곰탕이지요. 선생도 기본적인 한의학 공부를 했기에 양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알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후로 조헌 선생의 집안에서는 본격적인 농사철에 접어들 때, 체력 보강을 위해 큼직한 무쇠 솥에 양탕과 양죽을 끓여 온 식구가 먹었다고 합니다. 400년 넘게 전해 내려온 전통음식이지요.

조헌 선생 집안의 양탕을 만드는 특별한 방법
양탕을 끓이기 전에 먼저 암소의 사골을 구해서 잘 씻어낸 다음 24시간 동안 기름을 걷어내면서 푹 고아 육수를 냅니다. 우유처럼 뽀얗게 우러난 육수에 양과 함께 인삼·대추·밤을 넣고 6시간 동안 푹 끓였습니다. 인근에 인삼밭이 많아 하등품을 싸게 구할 수 있었고, 대추·밤은 흔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양탕은 선비들이 허약한 몸을 추스르고 원기를 회복하는 데 아주 좋은 음식이 되었던 것입니다. 재료들이 모두 따뜻한 성질이므로 열이 많은 사람은 주의해야 합니다.

소뼈를 푹 고아서 만든 우골고
조선 후기에 편찬된 《제중신편(濟衆新編)》이라는 한의서에 노인 보양 음식이 나옵니다. 《제중신편》은 《동의보감》에서 요점을 발췌하고 단점을 보완하려고 만든 의서로서 정조대왕이 젊었을 때부터 승하할 때까지 진료를 담당했던 강명길이라는 어의가 편찬했습니다. 양로편의 보양 음식은 모두 22개로서 멥쌀을 넣고 끓인 죽이 11개, 음료처럼 마시는 것이 4개, 환으로 된 것이 2개, 고약처럼 된 것이 4개 차로 달여 마시는 것이 하나입니다.
우골고(牛骨)는 젊은 황소의 뼈를 가마솥에 넣고 물을 많이 부은 다음 그 물이 한 말이 될 때까지 푹 고아서 걸러 그릇에 담아두고, 엉기기를 기다려 기름은 버리고 맑은 것만 취하여 중탕으로 녹여서 먹는 것입니다. 비위장을 보하고 기운을 돋우며 뼈와 근육을 강하게 하고 걸음을 잘 걷게 합니다. 또한 골수와 정액을 보충하며 기력을 건장하게 하고 살과 피부를 윤택하게하며 수명을 연장하게 합니다.

소의 젖인 우유는 어떤 효능이 있을까?
우유는 포유동물의 젖 가운데 양젖(羊乳)·말젖(馬乳)보다 상급으로서 심장과 폐를 보양하여 허약을 보해주고 번갈(煩渴: 가슴이 답답하고 입이 마르는 증상)을 멎게 하는 효과가 큽니다. 또한 몸에 윤기를 주므로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변비에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 효과가 사람의 젖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약간 찬 성질이기에 속이 냉한 사람이 먹으면 설사하므로 소음인 체질에는 어울리지 않지요. 반면에 양젖은 따뜻한 성질이기에 속이 냉한 사람에게도 좋으며 신장의 양기를 보하는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반응형

댓글